[씨초의눈] ‘이중 잣대’라는 프레임의 국제정치학

환구시보로 읽는 중국 선전 담론의 작동 방식

최근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최근 유럽연합(EU)을 향해 “이중 잣대”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논설을 내놓았다. 표면적으로는 유럽이 중국에는 ‘안보’를 이유로 배제를 강요하면서도, 미국의 관세 압박과 영토 위협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논설을 그대로 보기보다, 그 구조와 의도를 해부해 볼 필요가 있다.

 

도덕적 분노로 문을 여는 선전의 첫 단계

환구시보 논설은 거의 예외 없이 ‘이중 기준’, ‘위선’, ‘모순’과 같은 강한 도덕적 언어로 시작한다. 이는 독자에게 사안을 정책 논쟁이나 이해관계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기보다, 옳고 그름의 문제, 즉 도덕적 판단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다. 이 순간부터 논쟁의 기준은 데이터나 제도적 맥락이 아니라, 누가 더 위선적인가라는 감정적 질문으로 치환한다. 선전 담론의 주도권은 이 지점에서 중국이 쥐게 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전도

중국 선전 담론의 핵심 구조는 역할 전도다. 중국은 규칙을 따르는 피해자로, 유럽과 미국은 정치적 조작을 일삼는 가해자로 재구성된다. 유럽이 제기하는 안보 우려는 ‘과학적 근거 없는 정치화’로 축소되고, 중국 기업의 글로벌 확장은 ‘정상적인 시장 행위’로 포장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의 행위가 아니라, 상대의 행위가 문제의 중심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방어와 항변의 주체로 설정된다.

 

 ‘안보’ 개념을 비이성으로 만들기

환구시보는 EU의 정책을 ‘과도한 안보화(securitization)’라고 규정한다. 이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안보라는 개념 자체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다. 안보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정치적 도구이며, 시장 원리와 법치, 계약 정신을 파괴하는 비합리적 개입이라는 서사가 반복된다. 이로써 안보는 공공의 안전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핑계로 재정의된다.

 

유럽 내부의 균열을 확대 재생산하다

이 논설은 유럽을 하나의 통일된 주체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EU 내부의 분열을 집요하게 강조한다. 정치 엘리트와 산업계의 시각 차이, 안보 논리와 소비자 부담의 충돌, ‘전략적 자주성’을 둘러싼 내부 논쟁이 과장되어 제시된다. “유럽 정책 입안자들도 이미 알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경고하고 있다”는 표현은 구체적 출처 없이 반복되지만, 그 목적은 분명하다. 유럽 내부의 불만과 의심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진짜 적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설정

중국 선전 담론에서 미국은 거의 항상 더 큰 악으로 등장한다. 관세 협박, 기술 패권, 동맹국에 대한 착취, 심지어 영토를 거래 대상으로 여기는 패권 국가. 이 이미지 속에서 중국은 직접적인 대안이라기 보다, 미국보다는 덜 위험한 선택지, 혹은 균형자로 자리 잡는다. 이는 ‘중국 대 서방’이라는 구도를 ‘미국 대 세계’로 전환시키는 전술이다. 유럽이 중국을 경계하는 이유 자체를 미국의 강압 정치 탓으로 돌리는 구조다.

 

 ‘다극 세계’라는 도덕적 고지 점령

논설의 말미에서 중국은 스스로를 이성, 실용, 다극 질서의 대변자로 위치시킨다. 중국은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을 지지하는 국가이며, 유럽이 진정으로 자율적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지점에서 중국은 더 이상 이해당사자가 아니라, 각성을 촉구하는 조언자로 등장한다. 이는 선전 담론이 도덕적 우위에서 종료되는 전형적인 결말이다.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이 환구시보 논설은 유럽을 설득하기 위한 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3국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중국은 자신을 ‘위협’이 아닌 ‘합리적 선택지’로, 서방의 정책을 ‘원칙 없는 정치’로 정의하려고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 글이 맞느냐 틀리냐가 아니라, 어떤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가다. 중국 선전 담론은 사실을 나열하기보다, 세계를 해석하는 틀 자체를 제시하려 한다. 그 틀을 인식하지 못하면, 비판적 독해는 감정적 동의나 반발로 쉽게 흘러가게 된다.

 

환구시보의 ‘이중 잣대’ 비판은 유럽을 향한 경고이자 유혹이다. 중국은 안보 논쟁을 비이성으로 만들고, 미국을 패권의 상징으로 고정함으로써 자신을 ‘합리적 대안’의 자리에 놓으려 한다. 이 담론을 읽는 핵심은 주장보다 구조다.

 

[1월 18일자 환구시보 사설 전문]

 

'이중 잣대'가 유럽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환상적 현실주의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유럽 대륙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중국을 "경쟁자"로 규정하며, 유럽의 인프라 건설에 성실히 참여해 온 중국 자본 기업들을 향해 "강제 디커플링"이라는 부당한 화살을 겨누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연합은 미국을 "동맹국"으로 떠받들면서도, 미국이 유럽령 그린란드에 영토 위협과 관세 위협을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억울한 듯" 방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중 기준'의 남용일 뿐만 아니라, 패권적 강압 앞에서 유럽이 보이는 전략적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유럽연합은 과도하게 안보화된 편향된 인식에 눈이 멀어 정치적 조작으로 정상적인 양자간 경제 및 무역 협력을 해치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브뤼셀 당국은 회원국들에게 통신 네트워크, 태양광 시스템, 보안 검색 스캐너를 포함한 핵심 인프라에서 중국산 장비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킬 계획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이러한 관행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명확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과학적 상식과 시장 원리를 공공연히 위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이전에 화웨이와 녹음 및 저장 장비 계약을 체결했으며, 마드리드 당국은 이 계약의 합법성을 강조하고 "어떠한 안전 위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은 "명백히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경제 및 무역 협력을 전면적으로 안보 이슈화하는 터무니없는 행위는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유럽 자체의 법치 정신과 계약 정신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것입니다.

2020년의 '5G 네트워크 보안 툴박스'에서 이제는 '자발적 제한'을 강제 법률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에 이르기까지, 유럽연합의 정책 궤적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브뤼셀이 점차 옥죄어 오는 경로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시장 개입은 소위 '안전'을 확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원리를 위반하여 막대한 대가를 치루어야 할 것입니다. 많은 통신 사업자들은 중국 공급업체를 직접 배제하는 것이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연합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브뤼셀이 이러한 높은 가성비와 기술 선도적 공급망을 강제로 분리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대체 비용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유럽의 녹색 전환 과정과 디지털화 업그레이드 속도를 직접적으로 저해하여 미래의 글로벌 경쟁에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 것입니다. 유럽 정책 입안자들이 말하는 '리스크 제거'는 이미 '발전 제거'로 변질되었습니다. 이는 대서양 건너 동맹국의 정치적 편견에 영합하기 위해 자국 국민이 첨단 기술을 누릴 권리를 희생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현대화 과정마저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유럽은 어디서나 미국만을 우선시하며, 심지어 자국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얻은 것은 미국의 존중과 보답이 아니라 더욱 가혹한 경시와 착취입니다. 미국은 관세 부과를 협상 카드로 삼아 덴마크 영토 그린란드를 공개적으로 "매입"하겠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이처럼 동맹국의 영토 주권을 "부동산 거래" 대상으로 여기는 행위는 노골적인 패권적 침탈이자 모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권과 존엄성에 대한 짓밟힘 앞에서 유럽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나약했습니다.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는 심지어 "중러 동맹 균열의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논조는 비굴하면서도 극도로 위험합니다.


"이중 기준"이라는 독약이 유럽의 미래를 부식시키고 있으며, 패권에 의존하는 잘못된 길은 유럽이 완전히 자주적 영혼을 잃게 만들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유럽은 한편으로는 '시장 원칙'과 '공정 경쟁'을 외치며 중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고 비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런 사실적 증거 없이 특정 국가의 기업을 차별적으로 배제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기습 공격하고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노리는 것에 대해서만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위선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낳으며, 전 세계에 유럽 경제 환경의 정치화와 시장 접근의 도구화라는 심각한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탈중국화"는 유럽을 미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시켰습니다. 유럽 인사들은 유럽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중국 장비에 대한 의존보다 훨씬 더 큰 잠재적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명석한 판단입니다. 유럽이 화웨이와 ZTE를 배제하고 가격은 더 높고 기술 발전은 더딘 미국 대체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때, 이는 사실상 스스로의 기술 선택권을 봉쇄하고 완전히 미국 기술 생태계의 종속국이 되는 것입니다.

역사는 반복적으로 증명해 왔습니다. 경제 및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 속도를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럽이 갈 길을 점점 더 좁혀 결국 폐쇄와 의존의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할 것입니다. 중국은 항상 유럽을 다극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세력으로 간주하며,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 추구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자주성은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며, 타인의 지휘봉을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그린란드의 찬바람 속 패권적 협박과 브뤼셀 회의실의 자기 제약에 직면하여, 유럽은 반드시 깨어나야 합니다. 계속해서 '이중 기준'의 늪에 빠져 있으면 자신의 에너지만 소진될 뿐입니다. 이성과 실용의 자세로 돌아가야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작성 2026.01.20 09:29 수정 2026.01.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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