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정치는 말로 시작하지만, 결국 양심으로 평가받는다. 선거 때의 말은 누구나 아름답다. 주민을 위하겠다, 약자를 살피겠다,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당선 이후 그 말이 권력 앞에서 흔들리고, 사람 앞에서 달라지고, 이해관계 앞에서 침묵한다면 유권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때의 약속은 진심이었는가.
세 치 혀보다 무서운 것은 변하는 양심이다. 말은 순간을 지나가지만, 양심의 변화는 사람의 길을 바꾼다. 정치인이 입으로는 정의와 원칙을 말하면서도 현실의 권력 앞에서는 다른 얼굴을 보인다면, 주민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의회에 입성하게 된 정치인들에게 주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주민은 먼저 약속을 지키는 사람,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 권력자 앞에서도 주민 편에 설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지방의원은 중앙정치의 하수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대리인이다. 공천을 준 정당보다 먼저 주민을 바라봐야 하고, 자신을 도운 세력보다 먼저 지역의 공익을 생각해야 한다.
정치인의 신념은 어려울 때 드러난다. 박수받는 자리에서는 누구나 원칙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불이익이 예상되는 순간, 권력자의 눈치를 보게 되는 순간,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과 주민에게 옳은 선택이 갈라지는 순간, 그 사람의 진짜 정치가 드러난다. 그때 침묵하는 사람은 말로만 정의를 말한 것이고, 그때 입장을 바꾸는 사람은 신념보다 자리를 먼저 생각한 것이다.
특히 기초의원은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공직자다. 골목의 안전, 복지 사각지대, 지역 예산, 생활 민원, 행정 감시가 모두 기초의원의 책무다. 그만큼 주민과 가까이 있어야 하며, 주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당선되자마자 낮은 자세를 잊고,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권력 주변의 분위기를 먼저 살핀다면, 그것은 주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정치인은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공직을 맡은 사람은 비판 앞에서 자신의 행적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의 질문을 불편하게 여기고, 정당한 문제 제기를 공격으로 받아들이며, 선거 전과 선거 후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주민의 신뢰는 오래가지 못한다.
주민들은 완벽한 정치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정직한 정치인을 원한다. 실수할 수는 있다.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이 한 말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면 설명해야 한다. 왜 입장이 바뀌었는지, 왜 침묵했는지, 왜 주민보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비쳤는지 스스로 답해야 한다.
정치의 가장 큰 자산은 권력이 아니라 신뢰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당선증은 권한을 보장할 수는 있어도 양심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주민의 표는 자리를 준 것이지, 마음대로 하라는 허락장이 아니다.
최근 당선된 지방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선거 때 외쳤던 주민 중심의 정치는 지금도 살아 있는가. 약자를 위하겠다는 말은 지금도 유효한가. 공정과 상식, 원칙과 소신은 권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있는가. 혹시 당선 이후 가장 먼저 바라본 곳이 주민이 아니라 정당과 권력의 방향은 아니었는가.
세 치 혀로 얻은 표는 오래가지 못한다. 양심으로 지킨 신뢰만이 오래간다. 지방정치가 다시 주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하고, 자리보다 양심이 앞서야 한다. 권력 앞에서 신념을 바꾸는 정치인이 아니라, 주민 앞에서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당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부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주민의 눈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민심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한다. 권력은 잠시 머물지만, 양심의 기록은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