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득 칼럼]
호주 상원의원 세라 헨더슨(Sarah Henderson)이 2026년 6월 30일 2CC 라디오 ‘Breakfast with Stephen Cenatiempo’ 인터뷰에서 언급한 디지털 아동보호와 AI 저작권 문제는 단순히 호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국가와 기업, 학교와 가정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는 중요한 사회적 질문이다.

헨더슨 의원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금지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며, 스마트폰 기기 단계와 운영체제 단계에서 보다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또한 AI 기업들이 창작자의 글, 음악, 기사, 이미지 등을 학습자료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동의와 보상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접한다. 유튜브, 숏폼 영상, 게임, 채팅앱, 인공지능 서비스는 이미 아이들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기술은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중독과 허위정보, 유해 콘텐츠, 개인정보 노출, 사이버 괴롭힘 같은 새로운 위험도 함께 가져왔다.
그렇다고 기술을 무조건 막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길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정부는 제도를 정비해야 하고, 기업은 책임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 하며, 학교는 디지털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대화하고, 스스로 절제하는 습관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대학입시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시기 이후 많은 미국 대학들이 SAT·ACT 등 표준화시험을 선택사항으로 바꾸었지만, 최근 하버드, 브라운, 다트머스, 스탠퍼드 등 주요 대학들이 다시 시험 점수 제출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버드는 2025년 가을 입학 지원자부터 표준화시험 제출을 다시 요구했고, 스탠퍼드도 2026년 가을 입학 지원자부터 SAT 또는 ACT 제출을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시험 점수가 다시 중요해졌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들이 학생의 학업 준비도와 기초역량을 다시 객관적으로 확인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일부 교수들은 표준화시험 폐지 이후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신입생의 기초학력 격차가 커졌다고 우려하며 SAT·ACT 재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 유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이 흐름은 중요한 신호다. 이제 미국 입시는 단순히 좋은 내신, 화려한 활동, 그럴듯한 에세이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험 점수라는 기본 실력, 전공과 연결된 깊이 있는 활동, 그리고 학생 자신만의 분명한 이야기가 함께 요구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의 입시는 이른바 “뾰족한 인재”를 더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것을 조금씩 잘하는 학생보다, 한 분야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깊이 있게 탐구한 학생이 더 설득력을 얻는 시대가 되고 있다. 환경, 인공지능, 의학, 국제관계, 사회복지, 공학, 예술 등 어떤 분야든 중요한 것은 남들이 만들어 준 이력서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쌓아온 문제의식과 실천의 흔적이다.
디지털 아동보호와 미국 입시 변화는 서로 다른 분야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문제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기술과 제도가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키고, 어떤 인재로 키울 것인가.
기술은 아이를 대신 키울 수 없다. 시험 점수도 한 사람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안전한 기술환경과 탄탄한 기초학력은 미래세대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 토대가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준비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기 전에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치고, 대학입시를 준비하기 전에 왜 공부해야 하는지 묻고,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기 전에 사람의 창의성과 책임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결국 미래 교육의 핵심은 기술을 잘 쓰는 아이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술에 휘둘리지 않고, 점수에 매몰되지 않으며,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세워갈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데 있다.
디지털 보호와 입시 변화의 흐름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도 이제 다시 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빠른 기기와 더 많은 정보를 주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은가. 정작 그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기다리고 이끌어 주는 일에는 소홀하지 않았는가.
기술의 시대일수록 사람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교육의 변화가 거셀수록 가정과 학교, 사회의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아이를 지키는 일도, 미래 인재를 키우는 일도 결국 어른들의 관심과 책임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