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득 칼럼]
광주와 전남이 하나의 특별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제시된 방향은 분명하다. 광주와 전남이 단순한 행정구역의 통합을 넘어, 반도체·인공지능·미래 모빌리티·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서남권의 새로운 성장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유치는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은 지역의 열정이나 기대만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 기업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산업용지, 전력, 용수, 교통, 물류, 인재, 의료, 교육, 주거, 복지 등 종합적인 정주 여건이다. 결국 광주전남특별시대가 성공하려면 “우리 지역으로 오십시오”라고 외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곳에 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첨단산업 유치에서 전력망은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니라 생명줄이다. 아무리 넓은 산업용지를 마련하고, 아무리 훌륭한 투자협약을 체결하더라도 안정적인 전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대기업은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클러스터, 이차전지 산업은 모두 전기 위에 세워지는 산업이다.
따라서 광주전남은 전력 확보 문제를 가장 중요한 전략 과제로 삼아야 한다. 전남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크고, RE100 시대에 기업 유치의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만으로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재생에너지는 확대하되, 기상 조건에 따른 간헐성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안정적인 기저전원과 재생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는 현실적인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영광에 위치한 한빛원자력발전소, 즉 과거 영광원전의 역할을 다시 깊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빛원전은 서남권의 핵심 전력 생산기지로서 오랜 기간 국가 전력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광주전남이 첨단산업 중심지로 도약하려면 한빛원전 부지 또는 인근 지역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가 전력수급계획과 안전성 검증, 주민수용성 확보를 전제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조기에 검토·추진하는 방안도 적극 논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원전을 더 짓자는 주장이 아니다. 반도체와 AI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충분하고 안정적인 전력량을 확보해야 하며, 그 전력을 실제 산업단지까지 보낼 수 있는 송전망과 변전시설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현실적 제안이다. 원전은 계획부터 건설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력 부족이 현실화된 뒤 논의하면 이미 늦다.
물론 원전 건설은 반드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 추진, 지역 희생을 전제로 한 전력정책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따라서 한빛원전 추가 건설을 검토한다면, 지역주민에게 충분한 설명과 보상, 지역발전기금, 의료·안전 인프라 확충, 비상대응체계 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전력은 국가산업을 위한 것이지만, 그 부담을 지역만 떠안아서는 안 된다.
전력망도 함께 확충해야 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단지까지 전기를 보내는 송전선로, 변전소, 에너지저장장치, 전력계통 안정화 시설이 동시에 구축되어야 한다. 전남의 재생에너지, 한빛원전의 기저전원, 광주·나주·목포·광양·여수권 산업단지를 하나로 연결하는 서남권 전력망 구축이야말로 대기업 유치의 핵심 조건이다.
교통망 역시 중요하다. 광주 도심과 전남 주요 산업거점, 항만, 공항, KTX역, 대학, 연구기관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기업은 공장 부지만 보고 오지 않는다. 출퇴근이 가능하고, 물류가 빠르며, 협력업체와 연구기관이 가까운 곳을 선택한다. 광주와 나주, 목포, 무안, 여수, 순천, 광양을 잇는 광역교통망이 촘촘해질 때 광주전남은 비로소 하나의 경제권이 된다.
산업용지 확보도 현실적인 과제다. 첨단3지구, 솔라시도, 나주·광양·목포권 산단,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 등 여러 후보지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지역이든 주민 수용성, 환경성, 보상 문제, 교통 접근성, 용수와 전력 공급계획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개발 속도만 강조하다 보면 지역 갈등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절차에만 매달리면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속도와 공정성, 개발과 상생을 함께 잡는 행정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광주전남특별시대의 성공을 산업만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도시의 진짜 경쟁력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대기업을 유치해도 청년이 머물지 않고, 노동자가 정착하지 못하며, 아이를 키우기 어렵고, 노인이 돌봄에서 소외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성장에 불과하다. 광주전남이 진정으로 특별해지려면 산업정책과 사회복지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첫째, 광역 통합복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행정구역이 통합되거나 통합을 지향한다면 복지도 지역 경계를 넘어야 한다. 어느 시·군에 사느냐에 따라 노인돌봄, 장애인 이동지원, 아동보육, 청년지원, 의료서비스 수준이 크게 달라져서는 안 된다. 광주와 전남 어디에서나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를 동등하게 받을 수 있는 통합복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고령사회에 맞는 노인복지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전남 농어촌 지역은 이미 고령화가 심각하다. 혼자 사는 어르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병원 방문이 어려운 어르신이 많다. 광주전남은 읍·면 단위까지 방문간호, 방문요양, 이동진료, 생활돌봄, 식사배달,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복지관이 멀리 있는 어르신에게는 복지관을 찾아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복지가 마을로 찾아가야 한다.
셋째,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특별교통수단, 저상버스, 바우처택시, 병원동행서비스를 광역 단위로 통합 운영할 필요가 있다. 광주에서는 이용할 수 있지만 전남 농어촌에서는 이용하기 어려운 복지제도라면 그것은 특별시대의 복지가 아니다. 장애인이 병원, 직장, 학교, 문화시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이동권은 복지의 출발점이다.
넷째, 산업단지 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생활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을 유치하면 협력업체, 하청업체, 건설노동자, 운송노동자, 청년노동자들이 함께 들어온다. 이들이 일만 하고 떠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산업단지 주변에 공공임대주택,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병·의원, 체육시설, 문화공간, 노동자쉼터를 함께 조성해야 한다. 공장만 있는 산단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도시형 산단을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청년복지를 핵심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 청년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부족만이 아니다. 주거비 부담, 결혼과 출산 부담, 문화시설 부족, 미래에 대한 불안도 크다. 광주전남은 청년 월세 지원, 신혼부부 주거지원, 청년 창업공간, 지역대학 연계 취업프로그램, 산업단지 맞춤형 직업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 유치가 청년의 실제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지역인재 채용협약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여섯째, 아동과 보육정책도 강화해야 한다. 기업 임직원과 청년부부가 정착하려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산업단지와 주거단지 주변에 국공립어린이집, 돌봄센터, 방과후 프로그램, 아동상담센터를 확충해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되어야 젊은 세대가 남는다. 복지는 출산장려금 몇 번 지급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임신, 출산, 보육, 교육, 돌봄이 이어지는 생애주기 복지가 필요하다.
일곱째, 의료복지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농어촌 지역의 의료공백, 응급의료 취약지, 산부인과·소아과 부족 문제는 광주전남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 공공의료원, 보건소, 방문진료, 원격협진, 응급이송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와 장애인, 저소득층이 병원 접근성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여덟째, 복지와 일자리를 연결해야 한다. 복지는 단순한 현금지원이 아니라 자립과 참여를 돕는 제도여야 한다. 노인일자리, 장애인일자리, 경력단절여성 일자리, 중장년 재취업 프로그램을 산업정책과 연계해야 한다. 첨단산업이 들어오면 청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식당, 돌봄, 물류, 청소, 안전, 경비, 행정, 복지 분야에서도 다양한 일자리가 생긴다. 이 기회를 지역민의 생활 안정으로 연결해야 한다.
아홉째, 사회복지 종사자의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 복지서비스의 질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와 직결된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육교사, 생활지원사들이 낮은 임금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 좋은 복지는 불가능하다. 광주전남은 복지종사자 처우개선 조례와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현장 인력의 안전과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
열째, 복지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특별시대가 본격화되면 복지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 인구감소, 청년유출, 농어촌 소멸, 장애인 돌봄, 아동보육 문제는 모두 재정이 필요한 과제다. 따라서 대기업 유치에 따른 세수 증가분 일부를 지역복지기금으로 적립하고, 산업단지 개발이익 일부를 지역사회 환원과 복지 인프라 확충에 사용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결국 광주전남의 미래는 산업과 복지가 함께 갈 때 열린다. 전력망 없는 반도체 산업은 불가능하고, 복지 없는 첨단도시는 오래가지 못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송전망과 산업단지, 교통과 물류, 주거와 교육, 의료와 복지가 하나의 큰 그림 속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광주전남특별시대에 바란다. 대기업 유치에 앞서 먼저 준비된 지역이 되어야 한다. 한빛원전을 포함한 안정적 전력공급 체계, 광역 교통망, 산업용지, 의료·교육·복지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갖춰야 한다. 기업에는 성장의 확신을 주고, 시민에게는 삶의 안정을 주어야 한다.
광주전남이 대한민국 서남권의 새로운 심장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심장은 산업의 피만 흘려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전력, 빠른 교통, 충분한 일자리, 따뜻한 복지, 안전한 의료, 아이와 노인이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의 온기가 함께 흘러야 한다. 그것이 광주전남이 진정으로 특별해지는 길이다.





















